지난해 우리나라의 이혼율이 OECD국가 중 1위에 올랐습니다. 급속도로 붕괴되는 가정해체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일 것입니다. 이제 가정해체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특히 이혼 급증과 이로 인한 가정해체 현상이 갈수록 늘어나면서 사회 공동체 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경제난에 따른 가족붕괴, 문란해진 성윤리의식, 가정폭력 등으로 인한 위기 가정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아내가 게을러서’ ‘남편이 마마보이여서’ ‘시부모가 구박해서’ ‘아내가 인터넷 중독자여서’ ‘성격의 차이’ 등 최근 이혼하려고 가정법원을 찾는 부부들의 이혼 사유들입니다. 문제는 얼마든지 부부가 노력을 하면 극복할 수 있음에도 헤어짐에 대한 선택을 결정하는 것이 너무나 쉬워졌다는 점입니다. 한 마디로 말해 툭하면 이혼하는 세태가 되었습니다. 더욱이 물질만능시대가 되면서 경제적 이유로 인한 이혼이 급증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모(48)씨는 2003년만 해도 직원 10명을 두고 한 달 평균 1억여 원의 매출을 올리던 중소기업 대표이자 단란한 가정의 가장이었습니다. 그러나 부도가 나면서 모든 것이 일순간에 사라졌습니다. 신용불량자가 되면서 아내는 못살겠다고 이혼을 요구했고 대학에 다니던 아들도 가출해 가정이 붕괴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우리나라 가정의 위기는 가파른 이혼율 상승을 통해 한 눈에 알 수 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인구 1000명 당 이혼건수를 나타내는 조이혼율이 1990년에 1.1건이었으나 2002년에는 3.0건으로 늘었는데, 이는 12년 만에 3배 가까이 치솟은 셈입니다. 보건복지부는 이같은 수치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이라고 밝힌바 있습니다. 특히 외환위기를 계기로 1998년 1000명 당 2.5건으로 껑충 뛰었고, 중산층의 붕괴와 실업 등으로 이후에도 계속 늘어 심각성을 더하고 있습니다. 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부모 등의 사망에 의한 가정해체는 전체 가정해체 사례 중 1985년 74.6%에서 2000년 57.6%로 감소한 반면 이혼에 의한 가정해체는 1985년 8.4%에서 28.2%로 무려 2.4배나 급증했습니다.
   2003년 한국여성개발연구원 조사에서 20·30대 남녀 중 40% 정도가 부부관계가 해결되지 않으면 이혼하는 게 차라리 낫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나 이혼에 매우 관대해진 젊은 세대의 가치관을 단적으로 보여준바 있습니다.
   이혼 급증으로 대표되는 가정의 위기는 방치할 수준을 이미 지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입니다. 부모의 이혼은 자녀의 가출과 유기, 가정내 폭력으로 이어져 사회와 공동체의 기반을 뒤흔들게 됩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사회보장체제가 아직 자리 잡지 못한 상황에서 이러한 가족해체는 국가재정지출 급증으로 인한 경제성장의 둔화, 범죄 증가로 인한 사회적 비용 급증 등 큰 부작용을 낳게 됩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승권 인구가족팀장은 “지금의 복지서비스는 가정이 그 기능을 상실한 사후 지원에만 치중한 면이 크다”며 “앞으로 정부는 위기 가정에 대한 복지상담, 올바른 부부관계상을 정립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 지나치게 간소한 협의이혼 절차 개정 등 예방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협의 이혼 시 이혼 숙려제도가 있지만, 이도 강제 규정이 아닌 상담을 원할 경우에만 해당되는 실정이기 때문에 실제적으로 이혼 당사자가 상담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가정은 사회를 지탱하는 최소 단위입니다. 따라서 가정의 붕괴는 사회의 붕괴를 뜻합니다. 이혼을 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또 다른 이혼을 나을 뿐입니다. 우리 모두는 잠재적 이혼 가정들입니다. 이혼의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에 미리 예방하고 상처를 치유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지혜로운 선택이 아닐까요?
배명동 (사)너브내가족상담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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