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프로축구의 승부조작 논란이 한창이다. 실제로 승부조작에 연루된 많은 선수들이 구속되기에 이르렀고 유명 국가대표 출신까지 연루되더니 마침내 프로축구팀 상무 감독이 구속되는 어처구니없는 경우가 발생하는 등 프로축구리그 운영에 대한 총체적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후유증은 심각하다. 인천시를 연고로 하는 프로축구팀의 골키퍼는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했고, 골키퍼가 구속된 프로축구단에서는 필드 플레이어들이 임시로 골키퍼를 보아야 하는 웃지 못할 진풍경도 있었으며 상무 축구팀은 벤치에 감독 없이 경기를 치러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스포츠맨십을 실천해야 할 운동선수들이 돈의 노예가 되어 승부 조작에 관여 했다는 사실은 이유야 어디에 있든 스포츠를 아끼고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배신감을 주고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자신을 지켜내지 못하고 황금의 유혹에 빠진 운동선수들은 기본 양심을 저버린 파렴치한 패자의 모습으로 기록될 것이다.
   스포츠 정신은 정정당당히 최선을 다하는 페어플레이에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선수들은 주어진 여건 속에서 최선을 다하며 스포츠의 정신을 실천해 왔다. ‘호랑이는 굶어도 풀을 먹지 않는다’는 의미의 자존심을 지켜 온 것이다. 따라서 이번 사태는 스포츠 현장에서 묵묵히 스포츠맨십을 지켜가는 축구선수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에게도 큰 충격일 수밖에 없다.
   언제부터인가 스포츠가 한탕주의의 요행을 바라는 대표적인 도박의 수단과 방법으로 전락했다.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다. 스포츠가 타락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사실은 중세 로마가 역사의 교훈으로 잘 보여주었다. 짐승과의 승부, 노예 간의 검투사들이 피를 흘리며 싸우는 모습에 열광했던 로마는 국민들을 향락과 한탕주의에 빠져들게 했고 결국 찬란했던 문화를 뒤로한 채 나라가 멸망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스포츠의 승부를 예측하여 투자하고 그 결과에 따라 적정금액을 배당하는 형태의 신종 도박이 등장했다. 프로 스포츠가 출범한 이후 경기 결과를 예측하여 알아맞히는 스포츠에 관심과 재미를 유발하는 순기능이 있었으나 여기에 돈을 걸어 투기를 하는 것은 도박의 범주를 벗어날 수 없고 결국 한탕주의를 조장하는 역기능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와 가까운 중국에서도 승부조작이 심각해 당국이 나서 일벌백계로 다스리고 있다.
   프로 스포츠의 겉모습은 대단히 화려하다. 대중의 관심이 집중될 뿐만 아니라 스타 선수들의 연봉은 상상을 초월한다. 일년 연봉이 평범한 월급쟁이가 평생을 벌어도 모으기 힘든 돈을 받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는 지극히 극소수에 불과하다. 프로선수이면서도 일반노동자의 최저임금 수준을 겨우 맞추는 경우도 있다. 주로 ‘연습생’이라는 신분들이다.
   이 틈을 이용하여 선수를 매수하고 승부를 조작하는 조직이 형성됐다. 돈을 적게 받는 선수들은 유혹에 쉽게 빠져들 수밖에 없다. 사회적 약자를 이용한 매우 치졸한 방법이다. 따라서 이들의 행태는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마땅하다. 정부 차원에서도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선수들이 마음 놓고 최선을 다해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는 풍토가 요구된다.
   스포츠는 스포츠 그 자체가 가장 아름답고 순수하다. 스포츠의 장에서 스포츠맨십을 지키며 최선을 다한 선수는 승자와 패자 모두 아름답다. 오히려 때에 따라서는 패자가 더 아름다운 모습인 경우도 있다. 진정한 승부의 세계에서 땀을 흘린 선수는 모두 격려 받아야 할 주인공들이다.
   화합과 단결을 이루는 데에 스포츠만한 문화가 없다. 종교적 갈등과 인종 그리고 이념의 갈등을 치유하는 유일한 수단이기도 하다. 직접 행하든, 관중석에서 지켜보든 스트레스 해소에도 최고의 방법이 스포츠다. 이 멋지고 아름다운 문화가 더는 도박으로 얼룩져 황폐화되지 않도록 당사자인 선수들은 물론 협회관계자들의 뼈를 깎는 반성과 사직당국의 엄중한 처벌 그리고 스포츠를 사랑하는 모든 팬들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우리나라는 지구촌 스포츠대회의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세계 6번째의 나라라는 자부심을 지켜야 한다.
이영욱 홍천고등학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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