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됐다. 기상청의 보도에 의하면 예년에 비해 무더위가 일찍 찾아왔다고 한다. 기온이 높아지면서 남여의 옷차림에 변화가 시작됐다. 본격적인 노출의 시기가 시작된 것이다. 홍천군민 모두 건강하고 시원한 여름 보내시길 소망한다. 그런데 요즘 때 아닌 여학생들의 교복치마 길이에 대한 논쟁이 한창이다.
   우리나라 여학생들의 교복 치마 문제가 유럽의 뉴스에 까지 보도됐다고 한다. 치마길이가 허리위로 짧아지면서 교실에서는 여학생들의 ‘책상 앞 가림막’을 설치해야 하느냐의 문제로 갑론을박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책상 구조로는 의자에 앉으면 속옷이 보이기 때문이다.
   미니스커트는 서양에서 들어온 문화다. 한때 공권력으로 미니스커트와 긴 머리를 강력하게 단속했던 시절이 있었다. 시대적, 문화적 차이다. 하지만 지금은 여성들이 개성을 표출하는 수단과 아름다움을 나타내는 자연스러운 복장 문화로 자리 잡았다.
   문제는 짧아지는 치마가 학생들의 교복이라는 데에 있다. 교복에는 색상, 디자인 등에 대한 규정이 있으며 치마의 길이도 정해져 있다. 학생들에게 교복을 입게 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교육적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소속감과 애교심, 학생으로서의 신분 유지, 사복 착용에 따른 학부모님들의 경제적 부담 감소 등이다.
   지구촌의 어느 나라 학교에도 없는 ‘책상 앞 가림막’을 설치해야 하는 지경에 이른 요즘 학생들의 세태가 예산의 문제를 떠나 참으로 씁쓸하기 짝이 없다. 성추행, 성폭력 등 사회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는 사회현상이 치마의 길이가 짧아지는 것과도 무관하지는 않다는 생각이다. 힘들어도 선생님들이 끊임없이 계도하고 지도해야 한다.
   학생들의 등하교 모습도 많이 변했다. 과거에는 가방을 메고 신발주머니나 도시락 주머니를 든 모습이었다. 그러나 교실마다 사물함이 만들어지고 급식이 시작되면서 신발과 도시락 주머니는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여학생들은 그 빈손에 앉을 때 무릎 위를 가리기 위한 수단인 ‘미니 담요’를 휴대하고 다니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대부분 여학교의 정상적인 교복치마는 별도의 물품으로 가리지 않아도 된다.
   사실 여학생들의 치마 길이는 계절을 타지 않는다. 추운 겨울철에도 치마는 위험수위를 오르내린다. 필자는 남자학교에 근무하는 교원이지만 어디까지 올라갈지 궁금하다. 치마 길이만 짧아지는 것이 아니라 몸에 꽉 낀 치마라 걸음걸이도 불편해 보는 사람도 불안하다. 개성을 표출하기 위해서라기보다 연예인을 모방하거나 유행을 쫓는 모습이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교복을 착용함에 있어 규정을 지키도록 지도해야 한다. 그러나 학생의 인권보호가 강조되면서 지도가 무력화되고 있다. 학생의 인권은 당연히 보호되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교육 목적상 필요에 따라서는 학생지도가 우선될 수도 있어야 한다.
   최근 학교에서 학생 생활지도는 슬쩍 자취를 감추어 가고 있다. 학교가 학원과 다른 점은 지식전달 뿐만 아니라 인성을 함께 함양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학생들을 지도하려는 열정은 자칫 학생 인권침해라는 엉뚱한 불똥으로 번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꺼리는 것이 교육현장의 현실이다.
   여학생들의 교복 치마 길이에 대한 규정을 지키려는 노력은 가정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옷을 구입하거나 맞출 때 부모님들이 관여하기 때문이다. 물론 규정된 치마의 단을 줄여 치마의 길이를 교묘하게 줄이는 학생들도 있는데 이는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끊임없이 지도 단속해야 한다. 학생들이 개성을 표현하는 기회는 교복 말고도 얼마든지 있다. 방과 후나 주말에 교복이 아닌 사복을 입고 생활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복 착용은 규정을 지켜야 한다. 규정 준수가 어렵다면 차라리 교복을 지정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치마의 길이가 짧아지면 행동에 제약을 받기 마련이다. 왕성한 신체활동을 해야 하는 성장기의 여학생들이 움직임이 제한되고 불편할 수밖에 없는 교복치마 길이의 방치는 올바른 성장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여학생들의 짧아지는 치마길이를 신세대의 특성이라고 간과할 것이 아니라 어른들이 챙겨주어야 한다.
이영욱 홍천고등학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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