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밤만 자면 난생 처음 2박3일 체험학습을 떠난다며 달력 숫자를 카운트하고 있는 딸 아이를 보면서 걱정에 앞서 한숨만 나온다.
   소방에 입문한지 17년. 그 중 12년을 화재진압대원으로 그리고 구급대원으로 필드에서 뛰며 크고 작은 사고를 많이 경험했다.
그래서인지 어디를 가거나 또는 큰일을 앞두면 별의별 걱정이 앞서 오히려 일을 중단하거나 아예 시작조차도 하지 않는 소심증이 생겼다.
   딸아이가 초등학교 4학년이 될때까지 체험학습 한번 못보낸 것도 지난 99년 6월에 발생한 화성 씨랜드 청소년수련원 화재사건에 대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기 때문일 것이다.
   아직 제대로 꿈도 피워보지 못한 어린 영혼들이 세상을 떠나서 더욱 더 안타까웠던 참사로 유치원생과 인솔교사 등 23명의 사망자와 5명의 부상자가 발생하였다.


   TV에서 자식을 잃은 부모들이 토해내는 오열을 보면서 아마도 모든 사람이 함께 마음 아파했을 것이다.
뜨거운 화염속에서 얼마나 무서웠을까?
   화재원인은 모기향불이 주위에 있던 가연성 물질에 접촉, 발화되어 벽체와 천장에 옮겨 붙어 대형화재로 진화한 것으로 건물안의 화재경보기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을 뿐더러 건물 자체도 굉장히 약하게 설계되어 있어 불이 확산되자 건물은 주저앉았고 설상가상으로 인솔교사들은 방에서 술파티를 벌이고 있어 몰랐다니 참으로 어이없는 상황이었다.


   모두가 어른들의 부주의이고 안전불감증에서 발생된 씨앗이 독이되는 무서운 열매를 맺은 것이라 생각한다.
두 번 다시 이런 참사는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


   이제 곧 각 학교마다 체험학습과 여름캠프가 이어질텐데 화재 등 각종 사고에 취약한 우리들의 아이들을 서둘러 보호해야 한다.


   혹시 무허가 숙박시설은 아닌지… 적법한 청소년수련원 허가시설인지 꼼꼼히 따져 확인하여야 하며, 신축 공사는 방염성능이 확실한 자재를 사용하여 용도에 적합한 구조로 튼튼하게 짓고 소방시설 역시 확실히 갖추어 다시금 안전불감증이 만연하지 않토록 경각심을 가지고 철저히 예방하는 유비무환의 자세가 필요하겠다.
유재연 홍천소방서 예방안전과 소방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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