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봄날이 계속 된다. 봄은 결혼식의 계절이다. 결혼식의 초청장을 많이 받게 된다. 그동안 서로 다른 가정과 가풍 속에서 성장한 청춘 남여들이 만나 사랑을 나누고 마침내 그 결실의 꽃을 활짝 피워 새 가정을 꾸리고 인생의 새 출발을 하는 새내기 부부들에게 축하의 인사를 전한다.
   아들과 딸을 낳아 온갖 정성으로 훌륭하게 키워 혼례를 시키는 양가 부모님들에게도 축하를 드린다.
그런데 요즘 정작 축하 해 주어야 할 결혼식 초청장을 받기가 겁난다. 축의금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다. 물론 결혼을 하는 주인공이나 부모가 많은 축의금을 가져오라고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결혼식 피로연장에 가서 음식을 먹다보면 적은 축의금으로는 음식값도 채 안 되겠다는 생각이 축의금에 대한 부담감으로 다가 온다.
   요즘 공무원의 경조사비는 3만 원으로 제한되어 있다. 그러나 3만 원을 지키는 공무원은 그리 많지 않다. 5만 원이 대세다. 특히 결혼식장이 수도권인 경우 5만 원의 축의금을 갖고 예식장을 찾으면 혼주에게 미안하기 짝이 없다. 내가 낸 축의금보다 음식값이 더 비싸기 때문이다. 물가 인상률을 따져보면 축의금도 당연히 인상요인이 있다. 하지만 특정한 계절에 결혼식이 집중되다보니 하객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결혼식에 대한 문화가 많이 바뀌어가고 있다. 주로  점심시간을 전후해서 이용하던 예식이 저녁시간에도 많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봄·가을에 주를 이루던 것이 최근엔 한가한 계절인 여름이나 겨울에 이루어지기도 한다. 고정관념을 깨고 남과는 차별화된 특별한 이벤트를 즐기려는 신세대들의 발상이 한 몫하고 있다. 
   일생에 단 한번 밖에 없는 결혼식을 멋지게 치르고 싶고, 바쁜 일정 속에서 만사 제쳐두고 참석하여 축하해 주시는 하객들에게 보다 양질의 값비싼 음식을 제공하고픈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러나 고급 호텔이나 뷔페식의 비싼 음식은 맛깔스러워 보기에는 좋으나 하객들에게는 부담감 때문에 먹으면서도 제대로 소화가 안 되는 것도 사실이다.
   필자의 소견으로는 국수가 잔치 음식으로는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잔치 국수가 갖는 ‘행복하게 오래 살라’는 의미도 있을 뿐만 아니라 음식값이 저렴한데다가 먹기도 간편해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음식을 챙겨야하는 불편함이 없기 때문이다. 호텔음식이나 뷔페식은 보기에는 좋으나 실속은 없다.
결혼식은 가급적 멀리서 축하해 주기보다 결혼식장에서 직접 만나 덕담을 건네며 진정으로 축하해 주어야 하는 ‘인륜지 대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접 현장에서의 축하가 어려운 것은 현대인의 바쁜 일상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비싼 잔치 음식을 먹어야 하는 축의금에 대한 부담도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결혼식 축의금이 인상되면서 장례식의 조의금도 자연스럽게 따라서 인상되었다. 장례식장에서는 음식값이 조의금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그러나 경조사는 도움을 주고받는 품앗이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5만 원의 축의금을 받고, 3만 원의 조의금을 내기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최근 환갑잔치는 자취를 감췄다. 칠순잔치가 주를 이룬다. 환갑은 가족단위로 조촐하게 치루는 분위기다. 평균수명이 연장되면서 이제 칠순도 팔순에 밀려야 할 지경이다.
   어찌 되었든 온갖 풍상을 겪으며 인생을 오랫동안 산다는 것은 축하해 드려야 하는 즐거운 날임은 분명하다. 칠순이 되었든 팔순이든 자손들은 화려하게 해드리고 싶겠지만 하객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는 잔치를 준비하려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기쁨은 나누면 배가되고 슬픔은 나누면 줄어든다’는 말이 있다. 맞는 말이다. 좋은 일에는 진정으로 축하해 주고 장례식장에서는 가슴 깊이 애도하며 유족과 슬픔을 나눠 경조사에 기쁨과 슬픔을 함께하는 우리의 아름다운 미풍양속이 온전하게 유지되기 위해서는 경조사비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한 때이다.
이영욱 (홍천고등학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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