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A는 얼마 전 횡단보도에서 술을 마신 채 신호를 위반하여 진행하던  차량에 치이는 교통사고를 당하였는데, 위 차량 운전자의 처 B가 위 교통사고 직후 구속된 남편이 형사처벌을 가볍게 받을 수 있도록 합의를 해 달라고 간곡히 부탁하여, 소액의 합의금을 지급받고 B가 가져온 일반적인 교통사고 합의서양식에 따라 부동문자(不動文字)로 인쇄된 합의서에 날인해주었습니다. A는 위와 같이 B와 합의를 하더라도 후유증이나 장해에 관하여는 가해차량보험회사인 C보험회사와 별도의 합의를 하여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C보험회사에 후유장해에 관한 보상을 요청하였는데, C보험회사는 위 합의서에 부동문자(不動文字)로 인쇄된 “민·형사상의 소송이나 그 밖의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아니한다.”는 문구를 이유로 보상을 거부하였습니다. 이 경우 A는 C보험회사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을 수 없게 되는 것인지요?
A. 의사표시의 해석과 관련하여 「민법」제105조는 “법률행위의 당사자가 법령 중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관계없는 규정과 다른 의사를 표시한 때에는 그 의사에 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위와 같은 합의서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합의서 문언대로 해석하여야 함이 원칙입니다.
   한편 판례는 “처분문서란 그에 의하여 증명하려고 하는 법률상의 행위가 그 문서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을 의미하는데(1997. 5. 30. 선고 97다2986 판결), “처분문서의 기재내용이 부동문자로 인쇄되어 있다면 인쇄된 예문(例文; 그 본질은 계약의 초안)에 지나지 아니하여 그 기재를 합의의 내용이라고 볼 수 없는 경우도 있으므로 처분문서라 하여 곧바로 당사자의 합의의 내용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고 구체적 사안에 따라 당사자의 의사를 고려하여 그 계약내용의 의미를 파악하고 그것이 예문에 불과한 것인지의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라고 하였습니다(대법원 1997. 11. 28. 선고 97다36231 판결).
   그런데 “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에 관한 합의에 있어 원고측이 원고의 후유증을 예기하고 그에 상당한 금액을 받기로 하고 일체의 손해배상청구권을 포기하기로 한 것이라면 그 합의서 상의 권리포기조항이 예문에 불과한 것으로는 볼 수 없다.”라고 판시(대법원 1979. 2. 13. 선고 78다2161 판결)한 예도 있습니다.
   그러나 “교통사고 피해자가 합의금을 수령하면서 민·형사상의 소송이나 그 밖의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아니한다는 내용의 부동문자로 인쇄된 합의서에 날인한 경우, 그 피해정도, 피해자의 학력,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 합의에 이른 경위, 가해자가 다른 피해자와 합의한 내용 및 합의 후 단기간 내에 소송을 제기한 점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위 합의서의 문구는 단순한 예문에 불과할 뿐 이를 손해전부에 대한 배상청구권의 포기나 부제소(不提訴)의 합의로는 볼 수 없다.”라고 판시(대법원 1999. 3. 23. 선고 98다64301 판결)한 예도 있습니다.
   따라서 위 사안의 경우에도 A는 보험회사에 대하여 위 합의서에 부동문자로 인쇄된 합의문구가 단순한 예문임을 주장하여 장해에 대한 손해배상 등을 청구해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변호사 안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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