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인종과 종족이 살고 있는 거대한 지구가 지구촌이라는 하나의 가족으로 묶이는 시대다. 핸드폰 하나면 모든 게 다 이루어지는 세상이다. 요즘 변화하는 세태를 따라가다 보면 숨이 콱콱 막힐 정도의 빠른 변화가 느껴진다. 이름 하여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세상이 어디까지 변할지 정말 궁금하다.
우리나라에는 이국에서 태어나 한국 사람을 만나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1990년을 전후해서 급증했다. 중국 조선족, 일본, 베트남, 필리핀 등 아시아권을 필두로 러시아, 미국, 유럽 등 인종과 국가를 가릴 수 없을 정도다. 우리 고장 홍천도 예외는 아니다. 언어, 종교, 문화 등이 낯설지만 한국인으로서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애처롭다. 이들이 꾸린 가정을 ‘다문화 가정’이라고 한다.
   ‘다문화 가정’의 구성은 대부분 한국 남자와 결혼한 여성들이 주를 이룬다. 대부분 코리안드림을 꿈꾸며 한국으로 시집을 왔다.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는 가정과 지역의 정서, 문화적 배경 등이 매우 중요하다. 한국과는 판이하게 다른 문화와 언어 속에서 성장한 사람들이다. 우리가 그들을 도와주어야 한다. 친절하게 안내해주고 바르게 알려주어야 한다. 이들에게 물질적인 도움도 필요하겠지만 더 큰 도움은 이웃의 사랑과 관심 그리고 불편함 없이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는 심리적인 안정감을 갖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한국에 시집와 살고 있는 한 그들은 이국인이 아니다. 한국 사람인 것이다. 우리의 옛말에 ‘여자가 시집을 가면 그 집 귀신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태어난 곳이 다를 뿐이다. 한국 땅에서 한국 남자와 가정을 꾸리고 살고 있는 한  내 나라 내 동포다. 부모형제와 고향을 떠나 어렵고 힘들게 생활하는 이들을 보듬어 주어야 하는 것이 우리들의 몫이다.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이 대부분 초·중학교를 다니고 있다. 앞으로 1, 2년 뒤에는 고등학교에도 진학하게 될 전망이다. 고등학교는 의무교육인 초·중학교와는 달리 경제적인 면이나 학교 교육활동 면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 정부에서는 다문화 학생들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적인 뒷받침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자체에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삶에 있어서 어느 부모에게나 자식이 가장 큰 보물이고 보상이다. 자식의 행복이 곧 부모의 행복으로 여기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자신은 이국땅에서 힘들게 살더라도 자기 자식의 행복을 느끼며 대한민국에 사는 보람을 느낄 수 있게 해 주어야 한다. 한국에 살아서 행복하고 한국에 시집오기를 잘했다고 생각하도록 해 주어야 한다.
   서로 으르렁거리며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북한의 동포는 물론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남미 등의 어려운 지구촌 가족을 돕는 일에 앞장서고 있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을 돕지 못할 이유가 없다. 의무교육인 중학교 때와는 달리 고등학교부터는 교육비에 대한 부담도 만만치 않다. 따라서 교육비의 적극적인 지원과 급식 지원이 절실히 요구된다.
대학입시에서 농어촌 학생들의 특별전형과 같이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에 대한 특별 전형이 있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대학입학금에 대한 지원도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홍천군의 무궁화장학회의 현 규정에는 다문화 가정의 자녀에 대한 지급 규정이 없다. 조례 개정을 통해 다문화 가정의 자녀에 대한 지급 규정이 신설돼야 한다.
   다문화 가정의 자녀에 대한 지원만으로는 소기의 성과를 거양하기 어렵다. 외국에서 성장하고 한국으로 시집와 살고 있는 이주 여성들에 대한 지원 활동도 강화되어야 한다. 이들 중에는 한국의 언어와 문화를 익히기 위해, 진정한 한국인으로 거듭나기 위해 고등학교 과정을 공부하는 사람, 대학에 진학하여 한국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해 공부를 하는 여성들도 상당히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들에 대한 지원책도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 역시 지자체의 장학회에서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다.
   ‘다문화 가정’이라는 이름으로 불려지는 우리의 이웃을 위해 이웃과 사회가 도와줄 일, 지자체에서 관심을 가져야 할 일, 정부가 나서야 할 일이 명백하게 구분되어 한국에서의 삶이 행복 그 자체가 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영욱(홍천고등학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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