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를 천수만 바다에 띄워 보내던 날은 하늘도 슬픔에 겨웠는지 하염없는 폭우가 내렸습니다. 한줌의 재로 나의 아이들은 그렇게 떠났습니다. 다만 두 딸을 지켜주지 못한 아빠의 가슴에 남았습니다.
사랑스런 두 딸을 떠나보내고 하루하루 힘들었을 시간들을 잘 견뎌왔을 아내는 얼마 지나지 않아 어머니를 떠나보내는 이중의 아픔을 겪어야 했습니다. 두 딸을 보내고 슬퍼할 겨를도 없이 다시 어머니를 잃은 것에 슬퍼해야만 했습니다. 몇 날이 지나고 몇 달이 흘러갔지만, 사랑하는 두 딸을 잃은 슬픔은 흘러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눈물은 더 시간의 강이 되어 흘러 넘쳤습니다. 두 딸을 잃은 저로서는 무슨 일을 해도 즐겁지 않았고, 무엇을 먹어도 맛있지가 않았고, 즐거운 운동을 해도 기쁘지 않았습니다. 늘 내 마음은 먹먹함 그 자체였던 것 같습니다.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닌지, 꿈이었으면, 그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참으로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두 딸의 얼굴이 잊혀져가는 것과 아이들의 목소리가 점점 사라져 가는 것이었습니다. 한번만이라도 사랑스런 두 딸의 목소리가 듣고 싶었고 두 딸이 보고 싶어 미칠 것만 같았습니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그 사이 저희 가정에는 많은 변화, 긍정적인 변화들이 있었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힘이 되었습니다.
이 일이 있고 지금의 나를 있게 했던 나에게 가장 큰 힘이 되어주고 모든 것을 희생했을 뿐만 아니라, 저만 믿고 의지했던 아내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혔습니다. 아내 아닌 딴 여자에게 잠시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육체적 외도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정신적인 외도를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아내에게 온갖 거짓말과 변명, 합리화를 하면서 아내의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아내의 아픈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수용해 주지도 못했습니다. 저는 아내에게 진심으로 지난날의 잘못을 사과를 했지만, 홍천신문 독자들에게 저의 잘못을 고백하고 싶습니다. 저는 정직하고 진실하게 사는 여러분들에게 그동안 저의 부끄러운 부분을 드러내지 못했습니다. 가정을 건강하게 세우는 상담가로서 아내를 사랑하는 남편으로서 모범을 보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본이 되지 못했습니다.
다시는 이와 같은 부끄러운 일이 없도록 배나 노력할 것을 약속드리며, 이 모든 일에 대해 다시 한 번 사랑하는 아내에게 진심어린 사과와 더불어 미력한 저의 글을 읽어주시는 홍천신문 독자여러분들께도 진심으로 머리 숙여 용서를 구합니다.
배명동(홍천군가족상담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