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등학교의 졸업식 시즌이 끝나고 이번 주는 대학생들의 졸업식이 집중되어 있는  주간이다. 형설지공의 노력으로 어렵고 힘든 과정을 마치고 영광의 졸업을 맞이한 모든 졸업생들에게 축하를 보낸다.
   지난해 국가적, 사회적으로 심각하게 제기되었던 중·고등학교 졸업식 뒤풀이 문화로 온통 나라가 비상사태였으나 우리 지역에서는 큰 탈 없이 잘 끝났다. 언론매체의 소식에 의하면 다른 지역에서도 대부분 예년에 비해 조용하게 졸업식이 진행된 것으로 전해져 매우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학교에서 실시하는 교육활동 중 교육공동체가 함께 참여하여 실시하는 행사는 매우 많고 다양하다. 입학식, 운동회, 학교축제, 수업참관, 졸업식 등이 있으나 재학하는 학생을 제외한 외부 인사들이 가장 많이 참석하는 행사는 단연 졸업식이다. 일련의 과정을 마치고 영광스러운 졸업을 하는 주인공들을 축하해 주기 위해 참석하는 하객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런 자리에서 몰지각한 학생 또는 축하객으로 인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은 축하가 아니라 남의 잔치에 재를 뿌리는 꼴이다.
   자신이 입고 생활했던 교복을 찢고, 밀가루를 뿌리고, 계란 투척과 구두약을 칠하던 모습에서 한발 더 나아가 발로차고 때리기도 하며 심지어는 알몸으로 추태를 보여 그동안 많은 어른들이 걱정을 해야 했다. 도를 넘는 축하 행사로 사망에 이르게 한 끔찍한 경우도 있었다.
   최근 졸업식의 모습은 과정을 마치고 졸업하는 본인의 자축 의미보다는 가족과 친지 그리고 선후배 등 졸업생 주위 사람들이 축하해 주는 모습이 요란하다. 졸업생을 축하해 준다는 명분으로 오히려 선배와 후배들이 졸업식 분위기를 만끽하는 꼴불견의 모습도 있었었다. 동아리별로, 지역별로 차별화된 축하를 해 준다는 것이 괴상한 졸업식 뒤풀이 문화로 변질된 것이다.
   이러한 볼썽사나운 졸업식 뒤풀이는 졸업식 문화 개선이라는 엉뚱한 방향으로 전환하는 기폭제가 되었다.
그동안의 졸업식과는 틀을 완전히 바꾸어 졸업장과 상장 그리고 장학금을 지급하는 형태의 졸업식이 아니라 축제의 장으로서의 졸업식을 만들기 위해 학교마다 애쓰고 있다. 획일적인 졸업식 문화에서 벗어나 학교별 다양한 졸업식이 만들어지고 있다.
   70년대까지의 졸업식 모습은 정든 선생님과 교정 그리고 함께 생활했던 친구들과 헤어져야 하는 아쉬움에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었지만 80년대부터는 경제적인 부흥으로 대부분의 학생들이 상급학교로 진학하게 되면서부터 졸업식 문화가 점차 변해 졸업식에서 더 이상 눈물은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졸업은 아쉬움보다 학교라는 규정과 틀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나게 되었다는 해방감을 더 크게 느끼게 된 것이다.
   이런저런 형태의 졸업식 모두 나름대로의 전통과 문화를 가지고 있다. 졸업식의 모습이 바뀌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졸업생 당사자나 주위에서 축하를 해주는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졸업은 각종 규제로부터의 해방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과정을 마치고 새로운 세계로 진출한다는 것에 의미를 두어야 한다.
   무조건 새로운 것이 좋고 과거의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과거의 것도 아름답고 훌륭한 것이 얼마든지 있다. 전통과 역사를 지켜나가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세태가 빠르게 변화하는 만큼 시대변화에 뒤떨어지는 바람직하지 않은 문화는 시대흐름에 맞추어 새롭게 개선해 나가야 한다.
   졸업식 날 치안 유지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경찰관들이 학교 또는 학교 주변을 지키며 졸업식 뒤풀이를 염려하고 경계활동을 강화해야 하는 모습을 보면서 학생지도의 최일선에 있는 교원의 한사람으로서 가슴 아프고 송구스럽기 짝이 없다.
   하나의 과정을 마치고 다음 단계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주인공 스스로가 만족하고 기뻐하는 졸업식, 차분하게 미래를 준비하는 졸업생의 경건한 자세, 가족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의 진정한 축하와 격려의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
이영욱(홍천고등학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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