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예방기관인 국민권익위원회는 이달 초 한국에 진출한 굴지의 다국적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과 조찬간담회를 개최한 적이 있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주한유럽상공회의소(EUCCK) 등의 대표들에게 한국의 반부패 정책과 옴부즈만 활동에 관해 제언이나 애로를 듣는 자리였다. 참석자들은 다국적기업 최고경영자인데다 20, 30년 거주한 한국 전문가들도 있어 우리사회를 나름대로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안목과 경륜을 가진 인물들이다. 따라서 이들의 고견을 각계 분야에서 참고하면 국가 이미지 개선과 국제사회 기준에 걸맞는 정책개발에 도움이 될 것이다.
   간담회 제언 중 우리가 개선할 것을 간추려 본다. 경영자들은 우리주변에서 부동산거래시 이중계약서 작성, 오너경영인 범죄의 솜방망이처벌, 금품제공에 따른 불공정경쟁 잔존, 제도 및 시스템상의 국제표준 미흡, 식사접대나 선물의 상한개념 결여 등을 지적했다. 이 중 아파트 같은 부동산거래시 성행했던 ‘다운계약서’가 거의 사라졌지만 상업용과 업무용 건물 거래시에는 잔존한다고 보았다. 외국인인데도 이중매매계약서 작성을 요구받았으며 부모들이 자녀 앞에서 탈세방법을 공공연히 얘기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오너경영인의 범죄에 대한 형량의 관대함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대기업이나 오너경영자에 대한 강력한 법집행 미흡, 처벌기준의 일관성 결여 등을 나열하며 범죄를 저지를 때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그 형벌이 훨씬 클 때 범법 확률이 낮다고 조언했다.
   한국인들은 금품과 특혜제공이 효율적인 기업경영 방법이라고 인식하고 있다고 참석자들은 보았다. 특혜제공 관행이 경쟁사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하지만 경제학자들은 부패가 있는 환경에서의 경제적 성과는 미미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기업이 공정경쟁으로 정당한 보상을 받게 해야 하며 인위적인 영향력 아래 놓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견해다. 오너경영인이 감옥에 가면 그 회사는 망한다는 인식을 바꿔야 하며 소유와 경영의 분리, 전문경영인의 적재적소 배치 등으로 CEO가 장기간 자리를 비워도 경영에 문제가 없어야 한다.
   한국의 제도나 시스템이 잘 구비되고 있지만 국제 표준에 다소 미흡한 측면이 있어서 규제개혁을 통해 계속 다듬어야 한다. 외국기업이나 해외로 진출하는 한국기업 모두 국제표준에 익숙해져 있다면 시간과 자원이 절약되어 모두 이익이 될 것이다. 미국의 경우 해외부패방지법(FCPA)이 강력하게 집행되기 때문에 기업들마다 이에 주의를 기울인다. 만일 한국에서 부패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면 문제가 발생되기 때문에 이 법에 대한 다각적인 검토가 당장 필요하다.
   정(情)을 중시하는 한국형 문화에서는 선물 제공이 사업관계 유지에 도움이 된다. 그런데 그 선물 액수가 어느 정도인지 명확하지 않고 법적 처벌 기준도 일관성이 없다. 미국 공무원은 점심 접대비용이 20~25달러 정도로 20년간 그대로 엄격하게 지켜지고 있다.
   한편, 과거의 관행적인 부패행위들을 떨치기 위한 노력과 성과가 높이 평가되기도 했다. 실례로 금융실명제와 신용카드 전면사용을 통한 결제 시스템의 투명화, 검찰의 독립적 수사, 내부고발자 보호, 금융대출 부조리 개선 등을 성과로 들었다. 또 강력한 반부패 드라이브 정책을 추진하는데 비해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청렴 수준이 저평가되었다며 국격제고를 위한 다양한 캠페인과 홍보 노력을 배가해 줄 것을 주문했다.
김덕만(국민권익위원회 홍보담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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