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년 만에 찾아왔다는 한파는 우리 주변의 많은 것들을 꽁꽁 얼려놓았다. 어릴 적 이맘때면 아침마다 어머니가 데워놓은 따뜻한 물에 세수를 하려고 다른 형제들 보다 일찍 일어나곤 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요즘은 그 시절 어머니의 따뜻한 정을 느낄 수는 없지만 보일러 덕분에 마음껏 더운물을 사용하고 있다.
   강원도 산간지역이 영하 27.7도로 내려가던 바로 그 날 온수가 얼기 전 까지만 해도 그랬다. 10여년 아파트 생활을 하면서 온수가 언 것도 이번이 처음 이었다. 보일러실 환기구로 들어오는 찬 바람만 잘 막았어도 될 것을 게으름을 피우다 결국은 커피포트에 물을 4번이나 끓여 머리를 감는 지경에 이르렀고 가족들의 원망어린 눈은 나에게 향하는 듯했다. 그런 내가 안타까웠는지 막내 녀석이 인터넷을 뒤져 방법을 찾아냈다며 헤어드라이기를 가져왔다. “5분만 집중 공략하면 된데요, 아 그리고 난로도 보일러실에 두면 2배 쾌속, 효과 만점” 성질 급한 녀석이 곧 실행에 옮길 듯 몸을 움직이는 찰나 나는 재빨리 행동파 아들을 제지했다.
   설사 그런 방법으로도 동결된 보일러 온수배관을 녹일 수는 있다. 하지만 순간 화재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 또한 알아야 한다. 헤어드라이기는 장시간 사용 시 열선 코일이 과열되거나 모터에 붙어있던 머리카락이나 먼지에 의해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동결된 수도관 등을 녹이기 위해 가스토치나 난로 사용 시 인접 가연물에 착화되어 화재로 확산될 위험이 아주 크다.
   최근 들어 한파로 인해 동파된 수도계량기를 녹이려다 또는 난방비를 아끼려 전기스토브를 사용하다 화재로 이어진 사고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겨울철이면 매번 주위에서 들려오는 말이다. 모두가 안전 보다는 편리함의 추구와 사용상의 부주의에서 오는 결과들이다.
   가정이나 사무실 등에서 사용하는 난방기구는 사용 전 주의사항을 반드시 숙지하고 안전하게 사용하여야 한다. 자칫 용도에 어긋난 사용과 무관심은 큰 화를 불러 올 수가 있다.  
   한파와 더불어 구제역으로 모두가 힘든 시기다. 대부분의 화재 등 안전사고는 관심과 예방으로 피해를 줄일 수 있다. 다시금 주변을 살피고 위험요소를 파악해 잘 대비하여 안전한 겨울나기로 기운찬새봄을 맞이하여야 할 시기다.
양은규(홍천소방서 예방안전과 예방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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