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그러들 기세를 보이지 않는 ‘구제역’으로 나라 전체가 온통 난리다. 예년에 볼 수 없었던 한파까지 겹쳐 구제역의 고통이 더욱 커지고 있다. 지자체별로 각종 겨울 축제를 연기 또는 취소한다는 소식이 축산 농가와 고통을 함께하려는 모습으로 이해된다. 조속한 시일 내에 ‘구제역’ 파동이 완전히 해소되길 기대한다.
   겨울방학을 맞이하여 대부분의 학교들이 긴 휴식에 들어갔다. 학생들이 없는 학교는 죽은 모습이다. 계속되는 겨울 추위에 학교도 꽁꽁 얼어붙은 듯 하다. 학교는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웃음소리와 뜀박질의 모습이 있어야 활기가 넘치는 곳이다. 또래집단이 모여 만드는 학창시절의 추억만큼 아름답고 소중한 추억은 없다.
   대부분의 고등학교에서는 겨울방학 중임에도 부족한 과목을 보완하기 위해 보충수업을 실시하고 있으나 학생들을 강제로 참여시키지 않도록 하고 있는 도교육청 지침에 의해 참여하는 학생이 예년에 비해 현저하게 줄었다. 심신이 건강한 청소년으로 성장하게 하고 개개인이 갖고 있는 잠재력을 신장시킬 수 있는 기회를 다양하게 제공해 주기 위함이다.
   하고 싶지 않은 공부를 하기위해 강제로 책상에 앉아 있는 것만큼 고통스러운 일은 없다. 이로 인한 여러 가지 부작용이 사회문제로 발전하기도 했다. 학교는 그동안 상급학교 입시 준비라는 허울로 동료를 더불어 살아가는 협조자와 동반자로 생각하기 보다는 오히려 경쟁자로 인식하게 하는 잘못된 관행이 계속되어 왔다.
   이런 점에서 교육의 본질을 찾고 바른 인성을 지닌 인간을 기르고자 하는 상급기관의 고뇌가 읽혀진다. 문제는 우리 지역 학생들이 스스로 알아서 학습하는 역량이 부족하다는데 있다. 자신이 다니는 학교 이외의 학생들에 대해서는 의식하지 못하고 있으며 자신이 현재 하고 있는 공부나 생활이 최선이고 전부라고 생각하기 쉽다.
   지역적 한계로 학생들이 홍천 밖의 세상을 보기가 어렵다. 따라서 왜 공부해야 하는지,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에 대해 어른들이 알려주며 성취동기를 강화시켜 주어야 한다. 미성숙하고 판단력과 예측력이 부족한 학생들에게 스스로 알아서 하라고 한다면 이는 엄청난 교육적 과오다.
   여기서 안타까운 것이 있다. 그동안 오직 공부에만 진력을 기울여온 학생들, 자율보다는 타율에 의해 길들여진 학생들이었기에 강제로 시키지 말라는 지침을 마치 공부하지 말고 놀아야 한다는 것으로 잘못 해석을 하고 있는 경향이 짙다. 노무현 정부시절 한 가지만 잘해도 대학 갈 수 있다는 말을 믿었다가 낭패를 본 세대들의 모습을 생각나게 한다.
   요즘 학생들은 정보를 어른들보다 먼저 획득한다. 언론매체를 통해 교육청의 지침을 간접적으로 전해들은 학생들은 이제 해방이 되었고 마음껏 놀아도 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큰일이다. 스스로 목표의식을 갖고 자신이 추구하는 진로를 향해 도전해 가되 자기주도적으로 실시하라는 것이지 공부를 하지 말라는 말은 어디에도 없다.
   교육에 왕도는 없다. 개인, 지역, 학교의 특성에 따라 다양한 교육방법이 필요하다. 새로운 지식을 얻고 내 것으로 만드는 일을 소홀히 해서는 그 어떤 것도 이룰 수없다는 진리를 아이들은 아직 알지 못한다.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며 당장의 즐거움을 쫓는 자유가 좋을 뿐이다. 3년, 10년 뒤를 내다 볼 혜안이 없기 때문이다.
   부존자원이 없는 대한민국은 오직 사람이 자원이다. 인재가 최고의 글로벌 경쟁력인 것이다. 인재를 키워야 하는 이유다. 창의력을 신장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체험활동이 필요하다. 특히 방학 중에는 학교 급에 따라 눈높이에 맞는 독서, 봉사, 여행, 취미활동, 특기신장 등의 능동적인 활발한 활동이 필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학력을 관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물론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각자의 계획에 의해 유익한 방학 생활을 보낸다면 더 큰 경쟁력을 기를 수도 있다. 간섭이 아닌 사랑과 애정으로 자녀의 방학생활을 점검해 보고 계획에 의해 생활하고 있는지, 목표는 분명한지 살펴보며 칭찬과 격려 그리고 바른 방향으로 안내를 해주어야 하는 것이 어른들의 몫이다.
이영욱(홍천고등학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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