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경인년 한 해가 뜻하지 않았던 ‘구제역’이라는 복병과의 한 판 전쟁을 치르며 아쉬움 속에서 세월의 저편으로 저물어 가고 있다. 2010년은 어느 해보다 국내·외적으로 분주했던 한 해였다.
   칠레 매몰광부의 구출은 지구촌 전 세계인의 감동으로 인간 승리의 현장이었다. 인류가 개발한 과학의 승리였고, 생명존중의 인간애가 만들어낸 기적과 같은 감동의 드라마였다.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와 그 틈새를 노리는 EU와 인도의 약진 속에서 국가별로 경제를 살리기 위해 FTA를 자국에 유리하게 성사시키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치렀다. 그 와중에서도 대한민국은 G20을 서울에서 개최하며 높아진 국가의 위상만큼이나 국제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한 한 해였다.   
   답답한 국민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풀어준 것은 역시 스포츠였다. 남아공 월드컵에서의 원정 16강이라는 금자탑을 쌓아 올렸고, 여자 주니어 축구는 세계의 벽이 결코 멀리 있는 넘지 못할 불가능의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성적으로 입증시키면서 한국 여자 축구의 우월성을 전 세계에 과시하였다.
   중국 광저우에서는 아시아인들의 ‘영원한 전진’을 모토로 한 아시안 게임이 감동과 환희를 선사했다. 개최국 중국의 텃세 속에서도 대부분의 종목에서 높아진 한국 스포츠의 위상을 그대로 보여준 쾌거였다. 특히 우리 고장이 배출한 연식정구의 지용민 선수와 역도의 전상균 선수의 활약이 빛난 대회였다.
   국내에서는 무엇보다 남북의 갈등상황이 최고조에 달한 천안함 피폭 침몰과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인한 남북대결있었다. 당시 분위기는 마치 전쟁이라도 발발할 기세였다. 북한은 3대 세습이라는 세계적으로 조롱거리인 기이한 권력 이양이 시작됐고, 남한은 경제 부흥 속에서 현실 안주라는 무사안일이 가져온 결과였다.
   북한의 연평도 폭격은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데 있어 국가안보가 얼마나 중요한 덕목인가 하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준 좋은 사례다. 경제적으로 남한의 상대가 되지 못하는 북한의 공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국민들의 불안을 가중시키기에 충분했다. 어떻게 하든 한반도에서 6·25와 같은 동족상잔의 피비린내 나는 전쟁만큼은 일어나지 않도록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  
   국내의 정치상황도 6·2 지방선거를 통해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전국적으로 야당의 약진이 두드러진 가운데 만년 보수라는 강원도에서도 민주당의 당선자를 내는 변화를 도민들은 택했다. 하지만 국회에서의 날치기 통과는 여전히 정치인들이 국민들에게 신뢰감을 주지 못해 정치인의 행태와 정치의 변화가 절실함을 보여 준 한 해였다.
   교육 분야에서도 강원도는 물론 서울, 경기, 전남북 등에서 진보 교육감을 배출하며 학교 현장에 많은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 그동안 학생 지도의 수단으로 사용되었던 체벌이 금지되는 등 학생의 인권이 강조되고, 무상급식이 추진되는 등 2010 경인년의 화두는 단연 ‘변화’였다.
   서울과 춘천을 잇는 전철의 개통은 춘천을 수도권으로 거듭 태어나게 하는 동시에 곧 홍천에도 엄청난 변화를 가져 올 것을 예고하고 있다. 이미 우리 고장은 서울을 한 시간대로 좁혀 놓은 동서 고속도로의 개통으로 변화를 강요당하고 있는 처지였다. 변화에 긍정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고정관념을 탈피해야 한다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시켜준 한 해였다고 생각한다.
   최근 우리 고장과 인근한 지역인 횡성, 춘천 등이 구제역으로 전염되었다는 뉴스보도 소식을 접하면서도 홍천은 피해가는 모습에 안도해 왔다. 하루하루를 불안한 마음으로 보내야 하는 축산 농가의 고통을 함께하며 끝까지 청정 홍천의 이미지를 지켜 낼 수 있도록 홍천군민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저물어 가는 2010년을 반성하며 새로운 2011년을 설계하는 행복한 연말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영욱(홍천고등학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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