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련자(川練子)는 멀구슬나무로 더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한방에서는 약재로 쓰이지만 민간생활속에서도 이미 알려졌고 또한 쓰여 왔습니다.
천련자라고 하는 것은 멀구슬나무의 열매이지만 열매만을 약으로 쓰는 것은 아니며 멀구슬나무의 껍질은 고련피(苦練皮)라 하여 이것 역시 한방에서 쓰이고 있는 약재이며 약으로써 쓰이는 것은 아니지만 잎도 쓸 수 있습니다.
멀구슬나무는 따뜻한 지역에서 자라는 나무로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에서만 생장이 가능합니다. 멀구슬나무는 따뜻한 지역에서 자라는 식물이 그러하듯이 성장속도가 상당히 빠른데 반해 재질이 비교적 딱딱하여 가구를 만드는 재료로도 쓸 수 있는데 그래서 제주도에서는 집집마다 멀구슬나무를 심어 딸이 시집갈 때 멀구슬나무로 장롱을 만드는 풍속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열매의 씨앗은 염주를 만드는데 사용했다고 합니다. 또한 인도에서는 멀구슬나무의 작은가지를 칫솔로 쓰는데 그 이유는 치석을 제거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옷장에 나프탈렌을 넣어 옷에 곰팡이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데 나프탈렌이 없던 예전에는 멀구슬나무의 열매를 넣어 지금의 나프탈렌처럼 쓰곤 했으며 옷장을 멀구슬나무로 만들고 옷장 안에 열매를 넣어 두면 아주 완벽한 곰팡이퇴치법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런 성질은 천련자의 구충작용과도 무관하지는 않아 보입니다. 또한 항균작용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천련자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기생충을 없애는 효과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기생충이 거의 없으므로 천련자를 쓸 일이 거의 없을 것 같지만 그 외에도 다양한 여러 좋은 효능들이 많이 있습니다. 특히나 천련자는 산증(疝症)이라고 하는 증상에 쓰이는 대표적인 약으로써 산증이라 하면 고환에 염증이 생겨 고환뿐만 아니라 아랫배에 통증이 느껴지는 증상으로 꼭 염증이 아니더라도 하복부의 기(氣)의 흐름이 어긋나 기가 막혀서 통증을 일으킬 때에도 쓰이고 있습니다.
이것을 좀 더 전문용어로 말하자면 신장의 기가 손상을 받아 방광과 소장의 기운이 막혀 통증을 일으킬 때 쓸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아랫배가 아파서 방광도 검사하고 신장도 검사했는데도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하는데 아랫배에 심한 통증을 계속 느껴서 고통스럽다면 이 증상은 반드시 하초(下焦)의 기가 막혀서 통증을 유발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럴 때에 쓰이는 처방으로는 반총산(蟠蔥散)이나 난간전(暖肝煎)이라는 처방이 있는데 증상의 정도가 가벼울 때는 이와 같은 처방만으로도 치료가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통증이 아주 심하다면 천련자를 가미해서 써야 통증의 완화효과가 강해질 수 있는 것입니다.
또한 천련자는 간 기능 이상으로 인한 통증에도 쓸 수 있습니다. 즉, 천련자가 간 자체를 치료한다기 보다는 간이 안 좋아져서 심한 통증을 느낄 때 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자면 어떤 사람이 간염으로 인해 심한 황달이 왔는데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간 부위에 심한 통증을 느낀다면 황달을 겸한 간염에 쓰이는 대표적 처방인 인진오령산이나 인진호탕에 천련자를 가해 쓴다면 간염치료와 동시에 통증을 치료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효과는 위에서 미리 설명 드린 구충작용 역시 기생충을 몰아내는 것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생충으로 인해 복통이 생겼다면 복통치료를 겸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밖에도 몸에 열이 심하게 나면서 심장의 박동이 빨라지며 가슴이 조이는 듯한 통증에도 쓰이고 옆구리가 결리고 아픈 통증에도 쓰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천련자는 피부질환에도 아주 탁월한 효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두피의 가려움과 일반적인 피부가려움증에 쓸 수 있는데 먼저 두피의 가려움증을 해소하는 방법으로는 천련자가 누렇게 될 때까지 구워 가루로 만든 다음 돼지기름에 개어 환부에 발라주는 것입니다. 또한 천련자의 씨만을 취해 기름을 짜서 쓰는 것도 효과가 좋습니다.
그리고 피부가려움증은 고삼 50g, 감초 15g, 천련자 15g을 달여 환부를 씻어주면 가려움증을 없앨 수가 있습니다. 피부가 너무 가려워 고생하는 분들은 주위의 얘기를 들어 여러 다양한 방법으로 약초를 달인 물로 씻곤 하는데 이와 같은 방법도 한번 써봄직해 보입니다.
또한 천련자의 과육만을 취해 동상에 발라주면 동상치료도 가능합니다.
천련자는 비록 잘 알려진 약재는 아니지만 멀구슬나무의 열매로 기억해 두고 또한 중요한 효능도 기억해 두면 필요한 어느 순간에는 꼭 요긴하게 쓰일 수 있는 약재인 것 같습니다.
오병춘 봄한약국 한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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