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쓸쓸한 고독의 계절, 그래서 남자의 계절이라고 합니다. 이런 탓일까? 가을은 우울증이 특히 심해지는 계절이기도 합니다. 가을에는 일조량이 눈에 띄게 줄어들어 우울 증세가 있는 사람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그래서인지 모르지만 얼마 전 우리 동네 모 아파트에서 모 부대 간부가 우울증으로 자살을 한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였습니다.
2001년 WHO자료에 의하면, 1990년도에는 주요 우울증(Major depression)이 주요 장애 및 사망 원인(disease burden) 질환 중 4위를 차지하였습니다. 그러나 2020년도가 되면 2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한바 있습니다.
2002년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하루 평균 36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생활고 등 개인사정을 비관한 경우도 많지만 예나 지금이나 스트레스와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률이 높아지는 것은 군대도 예외가 아닙니다. 얼마 전 모 부대 간부의 자살 사건이 발생한 후, 부대에서 우울증 강의를 부탁받아 부대 간부와 현역 군인 300명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고 우울증 자가진단표를 작성한 일이 있었습니다. 이처럼 군부대내 우울증 군인들에 대한 교육이나 치료 및 상담 등에 대한 서비스가 부족한 형편에 처해 있어 이에 따른 대책이 시급히 강구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우울증이 문제가 되는 것은 치료하지 않는 경우 수개월에서 수년씩 지속될 수 있다는데 있습니다. 또한 개인적 고통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 손실이 크다는데 그 심각성이 있습니다. 학생은 학업을 지속해 나가기 어려우며, 직업을 갖기 힘들어질 뿐만 아니라 실패할 확률이 높습니다. 가족 및 대인관계가 악화되어 알코올과 약물에 의존하게 됩니다. 각종 신체 질환의 악화를 가져올 수 있으며, 무엇보다 우울증 환자의 15%가 자살에 이른다는 점일 것입니다.
링컨 전 미국 대통령과 처칠 전 영국 수상도 한때 앓았다는 우울증은 전 세계 남성의 5~12%, 여성의 10~25%가 평생 한 번은 경험하는 질병이라고 합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1세기 인류 건강 최대의 적 가운데 하나로 우울증을 꼽을 정도로 심각한 질병입니다.
우울증 환자들은 일반적으로 공허감에 시달리며, 세상만사가 귀찮고 항시 피로하고 생각과 행동이 느려진 느낌을 받는다고 합니다. 이런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된다면 우울증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우울증의 증상은 식욕감퇴, 집중력과 기억력 감퇴, 성욕감퇴, 불면증 등이며, 때론 그 반대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심해지면 관절통, 두통, 위경련 등 신체증상도 나타납니다.
계절성 우울증은 1년을 주기로 요즘 같은 가을이 되면 시작돼 겨울을 거쳐 봄이 되면 좋아지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이는 일조량이 멜라토닌 분비에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우울증을 스스로 극복하지 못할 때는 적극적인 약물치료가 필요합니다. 최근에는 부작용이 거의 없는 약물들이 속속 등장해 전문의의 처방에 따른 약물 복용은 과거처럼 두려운 것이 아님을 간과해서는 안되겠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울함을 그때그때 떨쳐버리는 습관이 중요하겠습니다.
정범석 을지대병원 정신과 교수는 “스스로 자책하지 말아야 한다.” 면서 “마음에 걸리는 게 있을 땐 춤을 추든, 고함을 치든, 허공에 발길질을 하든, 심지어 다른 사람 욕을 해서라도 바로바로 해소하는 게 좋다”고 충고하고 있습니다.
배명동(홍천군가족상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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