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여라 하는 것은 두꺼비를 이르는 한자말입니다. 요즈음 개구리는 간혹 볼 수 있지만 두꺼비를 보기란 그린 흔한 일은 아닙니다.
보통은 밭이나 풀밭에 사는데 산란기에는 연못에 모여들고 장마철에는 인가(人家)주변에서 발견되곤 합니다.
개구리 하면 연상되는 것이 폴짝폴짝 뛰는 모습인데 두꺼비는 폴짝거리지도 않고 그렇다고 다른 개구리마냥 헤엄을 잘 치는 것도 아닙니다.
또한 개구리들은 사람을 두려워하는데 반해 두꺼비는 사람이 곁을 지나가도 움직임이 없으며 도리어 약간은 흉칙한 모습에 사람들이 놀라곤 합니다.
그런데 어찌 보면 거북이처럼 느릿느릿한 걸음을 가진 두꺼비가 사람을 피해 도망가기란 쉽지 않아 보입니다,
거북이는 느리기는 해도 딱딱한 등껍질이 있어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것에 반해 두꺼비는 외형적으로 특별히 보호할 수 있는 것이 눈에 띄지 않는데 자신을 적으로부터 어떻게 보호할 수 있는가에 의문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그 해답은 바로 두꺼비의 피부땀선이나 이하선에 분비되는 분비물에 있습니다.
두꺼비는 위협을 느끼면 이하선이라 불리는 귀밑선에서 액체를 뿜어내는데 이 액체는 아주 독성이 강해 다른 동물의 입안이나 피부에 닿으면 심한 염증을 일으키거나 신경중추에 작용하여 적을 약하게 만들어 자신을 보호하게 되는 것입니다.
두꺼비를 보면서 느끼는 것이 약해 보이는 어떠한 동물이라도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수단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듯합니다.
두꺼비 자체를 약으로 쓰기도 하지만 오늘 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위에서 언급한 두꺼비의 몸에서 분비되는 액체로써 이 액체는 섬수라고 합니다.
그러면 이것이 약으로서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가에 대해 본초학이라는 책에 나온 내용을 그대로 한번 옮겨 보겠습니다.
『이 약은 두꺼비의 분비물을 건조한 것으로 두꺼비를 여름과 가을에 포획하여 귀뒤의 선(腺)과 피부선에서 분비되는 백색의 장액(漿液)을 가공하여 건조한다. 이 약은 편원형(扁圓形)의 덩어리 모양 혹은 편상(片狀)으로 흑갈색 또는 홍갈색이다.
덩어리 모양의 것은 질이 단단하고 절단하기 어려우며, 단면은 흑갈색으로 각질모양이고, 약간 광택이 있으며, 편상의 것은 질이 성기어 잘 부스러지며, 단면은 홍갈색으로 반투명하다』
섬수라는 약의 모양을 알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아 이해를 돕기 위해 참고적으로 위의 내용을 보여 드린 것입니다.
약으로 쓰기 위해서 섬수를 얻는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두꺼비의 미간 또는 머리 부분을 자극하며 분비된 독액을 수집하는 방법과 일정크기의 통에 넣어 내면에 거울을 넣어 흥분케 하고 분비되는 독액을 밀가루에 흡착시키는 방법이 있습니다.
섬수를 약으로 쓸 때에는 분쇄하여 그대로 쓰기도 하지만 워낙 독성이 강해 독을 좀 더 완화시켜 자유롭게 쓰기 위해 섬수를 가루 내어 우유에 담갔다가 뒤척여서 끈적거리는 형태로 이루어지면 다시 건조시켜 가루를 내어 사용합니다. 이때 섬수와 우유는 1:2의 비율로 맞춰서 하게 됩니다.
이와 같은 조금은 복잡한 과정을 거쳐 약으로 쓰게 되는데 섬수가 들어간 약으로 아주 유명한 약이 있습니다. 보령제약에서 만든 제품으로 수십 년 동안 쓰여 왔고 지금도 쓰이는 것으로 ‘구심(求心)’이라는 제품으로 알만한 분은 다 아는 것입니다.
이 약은 심장을 강화시키고 또한 안정시키는 약으로 섬수가 들어가 있는 것을 보면 섬수가 심장을 강화시키는 효능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섬수는 심장을 강화시켜 심부전을 치료하는 데에도 효과가 있습니다.
그런데 섬수는 그 쓰임이 심장계통보다는 피부질환에 더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섬수에는 강력한 해독, 지통, 소종(消腫)의 효과가 있어 피부에 생긴 종기나 혹은 목안에 생긴 심한 염증치료 그리고 임파선종의 치료에 탁월한 효능을 발휘합니다.
악창(惡瘡)이나 원인을 알 수 없고 또한 치료하기 힘든 종기에 쓰이는 처방으로 섬수가 들어간 유명한 처방이 있습니다.
섬수환이라는 약으로 섬수를 포함하여 사향 등 여려 약재가 들어가는데 내복도 가능하고 외용으로도 쓸 수 있습니다.
또한 인후에 아주 심한 염증을 동반하면서 크게 붓고 아플 때에 쓰이는 처방으로 육신환(六神丸)이라는 처방 역시 우황을 포함하여 여러 약재가 들어가는 이 약에도 섬수가 들어있어서 섬수의 효능을 제대로 발휘하고 있는데 이와 같은 약들을 잘만 응용하면 암 등의 치료에까지 그 영약을 넓힐 수가 있습니다.
우리가 간혹 치료효과가 우수함에도 불구하고 독성을 너무나 의식한 나머지 주저하여 치료를 회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섬수는 자칫 잘못하여 눈에 들어가면 눈이 멀 수도 있다고 알려져 있을 만큼의 강력한 독을 지녔더라도 최대한 인체에 해가 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한 후에 다각적으로 쓰일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면 이미 알려져 있는 효능 이외에도 많은 분들이 고생하고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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