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할 가(加) 마을 리(里) 가리산.가리산에 봄이 왔다. ‘단으로 묶은 곡식이나 땔나무 따위를 차곡차곡 쌓아둔 큰 더미’를 뜻하는 순우리말로서, 산봉우리가 고깔 모양의 노적가리처럼 생긴 데서 이름이 붙은 가리산에 들어선다. 1,051m의 가리산은 홍천군 두촌면 ‘천현리’와 춘천시 북산면 ‘물로리’를 경계로 하는 산이다. 햇살이 산마루를 넘는 여섯시쯤 가리산
이번 기행은 ‘시골’부터 ‘복골’, ‘여시골’, ‘놋점골’을 돌아보는 여정이 될 것이다. 비가 내리고 하늘이 맑은 아침, 카메라와 가방을 둘러메고 길을 나선다. 철정검문소에서 내렸다. 우선 ‘시골’을 찾아 올라간다.철정검문소를 지나 팜파스휴게소 앞 ‘홍천향교터’ 못 미쳐 왼쪽으로 보이는 골짜기가 ‘시골’이다.왠지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골짜기는 깊지 않지만
‘가리산’에는 지금 개나리와 진달래가 볼만하다. 알싸한 동박꽃(생강나무) 향기는 이미 지나가고 있다. 산책로를 따라 흰제비꽃이 드문드문 피어나고 노란 산괴불주머니와 현호색이 연한 남보라 빛을 내뿜으며 금세 깨어난 듯 기지개를 펴고 있다. 골짜기를 들어서자 뿔나비가 떼를 지어 놀란 듯 날아간다. 겨울을 무사히 넘기고 다시 만나니 반갑다. 산벚나무는 꽃망울을
천현리는 강을 따라 내려오면서 왼쪽으로 ‘경수마을’, ‘새말’, ‘샛골’, ‘쇠판이’, ‘황다리골’, ‘샘재’와 강 건너 쪽으로 ‘모로골’, ‘평내’, ‘가리산’으로 나뉜다. ‘모로골’은 모르고 지나간다 하여 ‘모로골’이라고도 하는데 원래는 ‘모노동(毛老洞)’이다.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다. 다만 ‘두촌 흑둔지’나 ‘정골’, ‘원동’ 등지에서 가리산을 가
‘너래소’에서 ‘용소간’으로 이어지는 물소리 때문일까? 오랜만에 물 꿈을 꾸었다. 용소간에 앉아 물소리를 들었다. 흘러오는 물을 바라보다가 흘러가는 물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때였을까? 흘러오는 물결이 갑자기 물살을 일으키며 내 몸을 휘감았다. 소리소리 지르다가 깨어났다. 죽는 줄 알았다. 참 이상도 하지. 밤의 거처까지 따라온 걸 보면 용소간에 대한 감동
‘군유동’에서 ‘용소계곡’으로 이어지는 길은 마을 한가운데 ‘서낭고개’를 지나 ‘갈밭구미’ 아래쪽 내리막이다. 계곡에 이르러 ‘개암평(갬벌)’과 ‘쇠나들이’로 갈라진다. 전인미답의 계곡을 따라 내려온 물과 길이 다시 만난다. 오른쪽으로 돌아 다리를 건너면 ‘개암평(갬벌)’이다. ‘평’이란 이름이 붙은 것을 보면 좀 너른 둔덕이 있을 것 같다. 그러나 ‘개암
물은 생명의 나눔이다. 생명을 키워내는 어머니이다. 경칩(驚蟄)을 지나면서 대지를 흔드는 울림이 시작되었다. 고드름 끝에서 떨어지는 한 방울 한 방울 작은 물방울이 얼어붙은 대지를 깨운다. 언 땅이 풀리고 겨우내 움츠렸던 생명의 눈들이 깜빡거린다.용소계곡. 홍천의 7경이다. 산과 계곡이 물과 함께 어우러져 만상(萬象)을 이룬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
‘광암리’로 들어서는 어귀에는 공원이 둘 있다. 도관리 ‘우렁골’ 어귀를 지나 ‘가족이고개(가족현:可足峴)’마루에 조성된 ‘자그로마을’ 공원과 두촌 ‘괘석리’로 들어서서 ‘노루목재’를 돌아 다리를 건너 ‘장가터’에 마련된 ‘자그로공원’이다. 공원에는 장승과 함께 ‘자그로마을’이라는 표지석이 공원 한가운데 자리하고, 이곳까지 찾아오시느라 힘들었다고 장승이 손
열두괘세기(괘석리)는 어디일까? 어디를 가야 만날 수 있을까? 두촌면 괘석리 ‘달음재’를 넘어 산양목장을 바라보며 걷고 또 걷는다. 지난번에 답사를 하지 못한 괘석리 폐사지를 다시 둘러보기로 하고 ‘탑동’으로 들어섰다.괘석리 폐사지(掛石理 廢寺地)의 흔적들을 찾는다. 기록에도 없고 자료도 없다. 마을에서도 고향산(관향산) 기슭에 절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전해
‘범의터’는 ‘소뿔산’을 주봉으로 삼태기처럼 넓게 펼쳐진 마을이다. 능선의 한자락은 ‘가마봉’에 닿아있고 한 능선은 ‘달음재’를 이루며 ‘대명산’, ‘갈미봉’, ‘고석산’으로 이어진다. ‘국수당’ 고개마루까지 이어지는 산양목장과 소뿔산에서 흘러내리는 계곡물, 또 구릉을 이루는 넓은 뜰은 하늘을 아늑히 품는다. 이곳에서 터를 잡고 목장을 하던 마을사람들도,
408지방도로를 따라 괘세기(괘석리)로 들어간다. 괘석리면 괘석리지 왜 괘세기일까? 마을사람들도 괘석리라는 말보다 괘세기란 말에 익숙하다. 괘석리에 들어와서 느낀 감회지만 촌스럽다. 그러나 그만큼 삶의 고달픔이 묻어나는 듯하여 오히려 정겹다. 괘석리 기행은 광암리와 함께 용수계곡을 따라 내려갈 생각이다. 길을 나서는 아침 바람이 한결 누긋하다.봄이 가까이
어제는 입춘이었다. 오늘은 입춘이 지난 하루다. 입춘추위가 무색할 만큼 설이 지난 후 포근한 날이 이어졌다. 비 올 듯이 흐리긴 했지만 암튼 봄은 온다.당나라 시인 동방규(東方叫)는 ‘소군원(昭君怨)’이란 시에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고 소군(昭君)의 심정을 읊었다. 중국의 4대 미녀(양귀비, 서시, 초선, 왕소군) 중 한사람인 왕소군은 전한 시대
최근 미국발 경제위기 여파로 국내 실물경기마저 위축되고 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지역에 관계 없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 경제를 활성화시키면서 전국민이 다같이 잘 사는 방법을 강구하자’는 주장이 제기되어 큰 관심을 끌고 있다.이같은 현실적인 경제위기 극복 방안의 중심에는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주창하고 있는 ‘수도권규제 완화’가 자리하고 있다. 지역별로 수도권규제 완화에 대한 입장이 분분한 시점에서 사단법인 한국지역신문협회는 지난해 이완구 충남도지사, 김관용 경북도지사를 인터뷰해 공동보도한데 이어 금년 1월 16일 김문수 경기도지사를 만나 견해를 들었다. Q 수도권 규제완화를 강력히 주장해 오셨고 정부차원에서도 일부 수도권 규제 완화조치를 발표한 바 있는데, 김 지사께서 생각하는 수도권규
눈이 내리면 마을 아이들은 창에(덫)를 만든다. 손가락 굵기의 싸리나무를 휘어 활을 만들어 삼각대의 틀에 고정하여 조 이삭을 달아 개울 둑서리에 짚을 깔고 놓았다. 먹이를 찾으려고 한 떼의 느립찌기(노랑부리맵새) 새들이 날아온다. 그때 ‘착-’ 소리와 함깨 새들이 날아간다. 아이들은 달려가 푸득거리는 새를 꺼내온다. 밤에는 후레쉬를 들고 싸리나무로 엮은 둥
소한이다. 소한은 해가 양력으로 바뀌고 처음 나타나는 절기다. 소한 때는 ‘정초 한파’라 불리는 강추위가 몰려오는 시기이다. ‘소한땜’이 아니라해도 이때는 전국이 최저기온을 나타낸다. 그래서 “대한이 소한 집에 가서 얼어 죽었다”든가 “소한 얼음 대한에 녹는다”고 할 정도로 춥다. 농가에서는 소한부터 날이 풀리는 입춘 전까지 약 한달간 혹한에 대비해 만반의
골짜기는 얼음이 얼어 반짝인다. 얼음 밑으로 흐르는 물소리에 더욱 춥게 느껴진다. 눈 내린 풍경 너머 골짜기 사이로 바람이 불어온다. 저녁연기가 마을을 휘감는다. 일찌감치 저녁군불을 넣나보다. 골짜기라 해도 일찍 지고 마실 갈 곳도 없다. 문득 윤동주 시인의 ‘굴뚝’이란 시가 생각난다. 산골짜기 오막살이 낮은 굴뚝엔몽기 몽기 웬 연기 대낮에 솟나,감자를 굽
아우라지 강가에서 나와 함께 흘러온 내촌천 강물소리를 듣는다. 서너달 동안 동행했으니 정이 들만큼 들었다. 어떤 때는 쓸쓸한 표정을 짓고 어떤 때는 어린아이의 웃음소리로 나를 반겨주었다. 화상대 ‘신여울’의 물소리가 기억에 남는다. ‘쌍둔지’를 지나 물골안 계곡을 따라 내려오던 얼음길도 기억에 새롭다. 이십여년 전 이곳에 왔을 때의 기억도 떠올랐다. 고만고
문을 열고 들어가자 청국장 냄새가 물씬 풍겨온다. 방 한구석에 메주를 매달아 놓았다. 얼마간 남겨 청국장을 띄운 것이다. 이런 맛에 길들여온 나는 몸이 먼저 맛을 알아본다. 연못골에 대하여 이 얘기 저 얘기 나누다가 청국장 냄새가 좋다고 하자 콩 마답을 끝내고 메주를 쑤었다고 한다. 한술 뜨고 가라며 국을 데운다. 청국장은 영양분이 많고 소화가 잘 되는 식
‘삼선대’에서 ‘어은동’으로 가는 길은 막혀있다. 간다면 못갈 게 없지만 좀 고생이 따른다. 강을 건너거나 산 밑을 돌아가야 한다. 한때 사람들의 왕래가 있었던 길은 사람이 다니지 않아 나무들이 길에 들어섰다. 이 길은 자연으로 가는 길이다. 길이란 서로 다른 장소를 연결해 주는 통로다. 두개 이상의 길이 합쳐져 정리된 길은 도로라고 부른다. 또한 어떤 상
‘가래울’과 ‘논골’을 하루에 돌아보았지만 가래울로 건너는 섶다리를 쓰다가 이야기가 길어졌다. 어쩔수 없이 논골은 ‘응달떼소’, ‘솔경지’, ‘삼선대’와 함께 떠나는 행선지가 되었다. 답풍리는 큰 단풍나무들이 많다 한다. 그러나 어디를 둘러봐도 큰 단풍나무는 보이지 않는다. 대신 단풍보다 더 고운 단풍 빛의 나무들이 산과 긴 강가의 한 풍경을 이룬다. 햇살